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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한참 망설였습니다

환자분들 이야기 · 2026-08-30 · 약 5분 · 조회 2
아너스교정치과 · Dr.Choi 치과교정과 전문의 · 서울특별시 강서구 · 02-2602-7222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 서울대치과병원 교정과 전문의 수련 · 서울대·아주대 치과교정과 외래교수 · Invisalign Global Faculty
빼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한참 망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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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치아를 빼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잠시 말을 멈추십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비슷한 질문이 돌아옵니다. "꼭 빼야 하나요?" 저는 그 침묵을 잘 압니다. 멀쩡한 이를 뺀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요. 오늘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이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바로 시작하지 못하신 분들

발치를 권해 드린 날 바로 결정하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대개는 "생각 좀 해 보고 오겠습니다" 하고 돌아가십니다. 그리고 몇 주 뒤에, 어떤 분은 몇 달 뒤에, 또 어떤 분은 몇 년 뒤에 다시 오십니다. 저는 그 간격을 재촉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마치고 남겨 주신 편지들을 읽다 보면, 시작하기까지가 가장 길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어느 분은 중학생 때부터 치아가 신경 쓰였지만 무섭고 비싸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말도 꺼내지 못했고, 취업을 하고 나서야 스스로 결심하셨다고 적어 주셨습니다. 망설임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몸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왜 빼자고 말씀드리는가

교정은 결국 공간의 문제입니다. 치아가 겹쳐 있거나 앞으로 나와 있다는 건, 그 치아들이 들어설 자리가 지금 턱뼈 안에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없는 자리에 맞춰 배열하거나.

자리를 만드는 방법에는 치아 사이를 아주 조금씩 다듬는 것, 어금니를 뒤로 보내는 것, 치열을 옆으로 넓히는 것, 그리고 발치가 있습니다. 앞의 방법들로 확보할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있어서, 부족한 양이 그 한계를 넘어서면 발치를 말씀드리게 됩니다. 제가 발치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공간이 얼마인지 계산한 결과가 그렇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 판단은 잇몸과 뼈 상태, 입술과 옆모습, 나이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내려집니다.

치료를 마치신 환자분이 남겨 주신 손글씨 편지(성함은 가렸습니다)
치료를 마치신 어느 환자분께서 직접 남겨 주신 손편지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함은 가렸습니다.

"안 빼면 어떻게 되나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안 빼고 진행할 수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실제로 편지 중에는 발치 없이 치료를 마치신 분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공간 부족이 크지 않다면 굳이 뺄 이유가 없지요.

다만 공간이 많이 모자란데도 억지로 배열만 하면, 치아가 전체적으로 앞쪽으로 밀려 나가는 형태가 됩니다. 겉으로는 가지런해 보여도 입이 나와 보이거나, 잇몸이 얇은 부위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빼는 게 좋다"가 아니라 "빼지 않으면 이런 점을 감수하셔야 한다"는 쪽으로 설명을 드립니다. 감수할 만한 정도인지, 아닌지는 결국 그 입을 평생 쓰실 분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정하시기 전에 확인하실 것

발치 여부를 고민 중이시라면, 상담에서 이 세 가지는 꼭 확인하고 나오시길 권합니다.

첫째, 지금 부족한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입니다. "많이 부족하다"가 아니라 대략의 수치로 들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발치를 하지 않는 선택지가 있는지, 있다면 그 경우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입니다. 두 가지 안을 나란히 들어 보셔야 비교가 됩니다. 셋째, 어느 치아를 왜 그 위치에서 빼는지입니다. 보통은 앞니가 아니라 안쪽의 작은 어금니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 이유를 들으시면 계획의 그림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설명을 듣고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시면, 그날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빼고 난 뒤의 시간

결정하신 분들의 편지에는 공통된 흐름이 하나 있습니다. 초반이 힘들었다는 이야기와, 그 뒤에 이어지는 담담한 문장입니다. 어느 분은 처음에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발치도 하느라 힘들었지만 한 달 한 달 고르게 변해 가는 걸 보며 시작하기 잘했다고 생각하셨다고 적으셨습니다. 또 어느 분은 발치를 하고 이를 닦는 데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입을 가리지 않고 웃을 수 있어 기쁘다고 하셨습니다.

비어 있던 자리는 치료가 진행되면서 옆 치아들이 이동해 메우게 됩니다. 다만 그 속도와 걸리는 기간, 마무리된 모습은 치아 상태와 뼈의 반응, 협조도에 따라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됩니다"라고 단언하기보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매번 확인해 드리는 편을 택합니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었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 고민하고 오신 분들일수록 치료 과정을 잘 견디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미 충분히 생각하고 오셨기 때문일 겁니다. 그 긴 고민의 끝에 진료실 문을 열어 주신 모든 분들께, 잘 오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이 글은 치료를 마치신 환자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남겨 주신 손편지에 담긴 공통된 마음을, 성함을 가린 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특정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글이 아니며, 발치 여부를 포함한 치료 계획과 기간·과정·결과는 개인의 치아 및 잇몸 상태, 성장 시기, 협조도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대면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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