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마치신 분들의 손편지를 모아 두고 읽다 보면, 치아 이야기 사이에 유독 자주 끼어드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사진입니다. "사진 찍을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이제는 사진에서도 티가 난다"는 문장을 저는 여러 번 받아 보았습니다. 누군가 카메라를 꺼내며 "사진 찍자"라고 말하던 순간이 오래 불편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오늘은 조금 길게 해 보려 합니다.
사진 찍자는 말에 뒤로 물러서던 시절
모임에서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뒷줄로 가던 분이 계셨습니다. 앞줄에 서게 되면 입을 꼭 다물고 눈으로만 웃고, 누가 "활짝 웃어 보세요" 하면 손이 먼저 입 앞으로 올라가고요. 찍힌 사진은 본인만 오래 들여다보다가 지워 버리기도 합니다. 남들은 잘 모른다는데 본인 눈에는 늘 그 부분부터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앞니 사이가 벌어진 것이 신경 쓰이던 분, 치아가 겹쳐 있어 웃을 때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던 분, 입이 나와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리던 분. 그런데 사진 앞에서 보이는 반응은 놀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웃음을 절반쯤 남겨 두는 것. 저는 그 절반이 그분들에게 얼마나 오래 쌓여 온 습관인지, 진료실에서 여러 번 보았습니다.
표정은 치아 배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제가 상담 때 꼭 말씀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웃음을 참아 온 분은 입 주변 근육이 그 '참는 표정'을 기본값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치아를 가리려고 입술을 당기고, 웃음이 커지려 하면 눈보다 입이 먼저 멈춥니다. 몇 년씩 반복된 동작이니 몸이 기억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사진 속 어색함은 치아 배열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치아는 그 습관이 시작된 이유였고, 습관은 어느새 얼굴 전체의 표정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그 이유 쪽을 다루는 것입니다. 표정이 다시 풀리는 데에는 치아가 움직이는 시간과는 별개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진료실에서 찍는 사진이 가장 싫었다는 분들께
교정을 시작하면 첫날부터 사진을 찍습니다. 얼굴 사진과 입안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기록하고, 치료 중에도 경과를 확인하려고 몇 차례 더 찍습니다. 사진을 피해 다니던 분에게 이만큼 곤란한 순서도 없습니다. 입을 벌린 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니까요. "첫 진료 때 찍은 사진은 보고 싶지 않았다"고 편지에 적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도 그 사진은 꼭 필요합니다. 치아가 계획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잇몸과 뿌리는 괜찮은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는 이 사진을 찍는 시간을 되도록 짧고 담담하게 지나가려고 합니다. 잘 나오게 찍는 사진이 아니라 정확하게 남기는 기록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문득, 앞줄에 서 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편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그 변화가 일어난 시점입니다. 장치를 떼던 날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가 한창이던 어느 날, 친구가 찍어 준 사진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는 분. 단체 사진을 확인하다가 언제부턴가 앞줄에 서 있더라는 분. 사진 속 자기 얼굴을 예전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는 분. 치아가 다 정리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물론 그 순간이 언제 오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몇 달 만에 오는 분도, 장치를 떼고 한참 뒤에 오는 분도 계시고, 치아가 가지런해진 뒤에도 사진은 여전히 어색하다는 분도 계십니다. 오래 몸에 밴 습관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분께는 거울 앞에서 조금 과하다 싶게 웃어 보는 연습을 권해 드립니다. 얼굴 근육이 새로운 배열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사진을 피하고 계신 분께
상담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뭐예요"라고 여쭈면 "사진이요"라고 답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그 답을 가볍게 듣지 않습니다. 사진은 남이 나를 보는 장면이 아니라, 내가 나를 마주하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이 오래 불편했다면, 그 불편함은 충분히 다뤄 볼 만한 이유가 됩니다.
다만 교정의 방법과 기간, 그리고 표정이 풀리는 속도까지 모두 치아와 잇몸 상태, 습관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당신의 경우'를 검사하고 함께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하려 합니다. 다음에 누군가 "사진 찍자"라고 말할 때, 뒤로 물러서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 길에 함께할 수 있다면 저에게도 감사한 일입니다.
※ 이 글은 치료를 마치신 환자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남겨 주신 손편지에 담긴 공통된 마음을, 성함을 가린 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특정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글이 아니며, 자신감·표정 등 심리적 변화와 치료의 기간·과정·결과는 개인의 치아 및 잇몸 상태, 습관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대면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