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마치는 날 받는 손편지를 모아 읽다 보면, 치아 이야기보다 '설명' 이야기가 더 자주 나옵니다. "올 때마다 꼼꼼하게 설명해 주셔서", "항상 차분히 치료 과정을 설명해 주셔서 믿음이 갔어요", "매번 꼼꼼하게 봐 주셔서 그 시간을 안정감 있게 보냈어요." 가지런해진 치아보다 진료 의자에서 들었던 몇 마디를 먼저 떠올려 주신다는 게 처음엔 조금 의외였습니다. 오늘은 그 몇 마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르는 채로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길었다는 말
교정은 오래 걸리는 치료입니다. 장치를 붙이고 나면 거울 속 치아는 하루하루 거의 그대로이고, 변화는 몇 주, 몇 달 단위로 쌓입니다. 그 사이 마음속에는 질문이 생깁니다. 지금 잘 되고 있는 걸까, 이번 달에는 뭐가 바뀐 걸까, 아직 반도 안 온 걸까.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게 두려웠다고 적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돌아보면 그 두려움의 많은 부분은 통증보다 '모른다'는 데서 왔던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는 길은 같은 거리라도 더 멀게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진료가 끝날 때마다 지금 어디쯤인지를 짧게라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진료 의자에서 매번 드리는 세 가지 이야기
제가 드리는 설명은 길지 않습니다. 대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난번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벌어져 있던 틈이 얼마나 줄었는지, 겹쳐 있던 앞니가 어느 정도 풀렸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둘째, 오늘 무엇을 하는지. 와이어를 바꾸는지, 고무줄 거는 위치를 옮기는지, 다음 장치로 넘어가는지. 셋째, 다음에 뵐 때까지 부탁드릴 것. 고무줄을 하루 몇 시간 걸어 주셔야 하는지, 이번 주에는 어느 쪽 닦기에 더 신경 써 주셔야 하는지.
이 세 가지를 들으면 오늘 진료가 전체 계획의 어디쯤에 놓이는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치아를 고르게 줄 세우는 시기인지, 공간을 닫는 시기인지, 마무리로 물림을 맞추는 시기인지. 중학생 보호자분께도, 회사 점심시간에 오신 직장인께도 저는 같은 순서로 말씀드립니다.
같은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는 이유
저희 치과는 제가 혼자 진료합니다. 첫 상담에서 진단을 하고 치료 계획을 세운 사람이, 장치를 붙이고, 매번 조정하고, 장치를 떼고, 유지장치까지 봅니다. 진료를 돕는 선생님들이 손을 보태지만, 진행을 판단하고 설명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습니다.
이게 설명에서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상담 날 "이 송곳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드렸던 사람이, 반년 뒤 그 송곳니가 내려오는 날 "그때 말씀드렸던 게 지금입니다"라고 그대로 말씀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을 고쳐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계획을 세운 사람이 무엇이 예상과 달랐는지, 그래서 무엇을 바꾸는지를 직접 설명하는 편이 받아들이시기 훨씬 수월합니다. "매번 꼼꼼하게 봐 주셔서 안정감과 확신을 가졌다"는 편지의 문장은, 아마 그 한결같음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설명을 자주 듣는다고 치아가 빨리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설명이 바꾸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별일 없는 날에도 별일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뿌리 주변 뼈가 따라오는 시간이 필요해서 겉으로는 멈춘 것처럼 보이는 구간이 있고, 그 구간에 "지금은 기다리는 시기"라는 말을 듣는 것과 아무 말도 듣지 못하는 것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을 때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고무줄을 덜 걸어서인지, 장치가 떨어진 기간이 있었는지, 원래 그 부위가 더디게 움직이는 편인지. 이유를 알면 다음 몇 주 동안 무엇을 하면 되는지도 같이 보입니다. 기간이 길어졌던 분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어졌던 시간에 대하여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스무 번 넘는 약속이 숙제가 아니라 이정표가 되도록
어느 분은 편지에 이렇게 적어 주셨습니다. 2년 남짓 동안 숙제하러 가듯 다녀간 병원 약속이 어느새 스무 번을 훌쩍 넘었다고, 다음 달 진료에 올 때쯤엔 합격 소식을 들었을지 생각하며 치과 의자에 누워 있곤 했다고. 그 사이 학생이던 분이 사회인이 되어 장치를 떼셨습니다. 교정 기간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함께 지나가는 시간이고, 한 달에 한 번 남짓의 내원이 그 시간의 눈금이 되기도 합니다.
그 눈금마다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같은 스무 번도 조금 덜 무겁게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다음 진료 때 꼭 물어봐 주세요.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교정 상담 때 챙기면 좋은 질문들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치아가 움직이는 속도와 전체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오늘의 설명도 결국 그날 입안을 직접 보고 드리는 말이라는 점은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치료를 마치신 환자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남겨 주신 손편지에 담긴 공통된 마음을, 성함을 가린 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특정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글이 아니며, 치아 이동 속도와 치료 기간, 내원 간격과 치료 계획의 변경 여부는 개인의 치아 및 잇몸 상태, 장치 종류, 협조도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대면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