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마치는 날 받은 손편지를 다시 읽다 보면, 첫 줄과 마지막 줄에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편지가 있습니다. 친구입니다. "친구 소개로 여기 와서 교정을 시작했는데"로 시작한 편지는 지인들에게 소개하겠다는 말로 끝나고, 또 다른 분은 마지막 줄에 "교정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어요"라고 적어 주셨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문을 열었던 분이, 끝날 무렵에는 다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진 셈입니다. 오늘은 그 처음과 끝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다녀서 와 봤어요", 그래도 무서운 건 같습니다
소개로 오신 분은 처음부터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는 사람이 다녔고, 어떤 곳인지 대강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첫 상담에서 마주 앉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의 편지를 쓰신 분도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게 두려웠고 너무 하기 싫었다"고 적으셨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는 치과 문 앞까지는 데려다주지만,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는 건 결국 본인입니다.
그래서 소개로 오신 분께도 처음 오신 분과 똑같이 시작합니다. 무엇이 제일 걱정되는지 먼저 여쭙고, 상담하는 날 바로 장치를 붙이지는 않는다는 것, 검사를 하고 계획을 함께 본 다음에야 시작한다는 것부터 말씀드립니다. 두려움이 어떻게 조금씩 편안함으로 바뀌어 갔는지는 치과가 무섭던 분이, 편해지기까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친구는 1년 반이었다는데, 저는요?
소개로 오신 분들이 상담 중에 가장 자주 꺼내는 건 친구의 숫자입니다. "친구는 1년 반 만에 끝났다던데요", "친구는 이를 안 빼고 했대요." 가까운 사람의 경험이 기대의 기준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받은 편지들에 적힌 기간만 모아 봐도 1년 3개월, 1년 반, 2년, 약 3년으로 제각각입니다. 같은 치과에서 같은 사람에게 치료받았는데도 가장 짧은 분과 가장 긴 분 사이가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덧니여도 잇몸뼈 안에서 뿌리가 놓인 방향, 위아래 물림, 아직 자라는 중인지, 장치를 얼마나 잘 끼고 관리해 주시는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숫자는 친구 치아의 숫자입니다.
첫 상담에서 기대를 맞추는 세 가지
그래서 소개로 오신 분과의 첫 상담에서 저는 세 가지를 꼭 챙깁니다.
첫째, 친구분 이야기 가운데 무엇이 기대가 되었는지 먼저 여쭤봅니다. 기간인지, 생각보다 덜 아팠다는 말인지, 장치가 잘 안 보였다는 점인지. 기대가 어디에 걸려 있는지 알아야 바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둘째, 검사 결과를 보면서 친구분과 비슷할 수 있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을 나눠서 말씀드립니다. 내원 간격이나 양치 방법처럼 비슷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발치 여부나 기간처럼 치아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셋째, 기간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범위로 말씀드리고, 그 범위를 넘어갈 수 있는 이유도 처음에 함께 말씀드립니다. 뼈가 반응하는 속도, 고무줄이나 투명교정 장치를 끼는 시간, 중간에 떨어지거나 깨지는 장치 같은 것들입니다. 처음에 범위와 그 이유를 같이 들은 분들은 중간에 일정이 조금 늘어나도 덜 흔들리시는 걸 자주 봅니다.
끝까지 다니게 한 건 큰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소개는 첫걸음을 만들어 줄 뿐, 2년 가까운 시간을 대신 채워 주지는 않습니다. 편지들을 읽어 보면 끝까지 다니게 한 건 의외로 작은 것들입니다. 시작할 때는 끝날 때까지의 기간이 너무 멀게 느껴져 막막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올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 주어서 부담이 줄었다는 분. 예약 날짜를 자주 바꿔 번거로우셨을 텐데 더 챙겨 주셔서 고마웠다는 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는데 막상 떼고 나니 시원섭섭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교정은 한 번의 큰 결심보다 스무 번이 넘는 평범한 방문으로 채워집니다. 그 방문이 매번 부담스러우면, 아무리 믿을 만한 소개로 시작했어도 중간에 지치기 쉽습니다. 진료 의자에 앉으시면 지난번에 불편하다고 하셨던 곳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큰 변화는 몇 달에 한 번 보이지만, 불편한 곳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 매달 느껴지니까요.
친구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준비하신다면
편지 끝에서 "다른 애들이 교정한다고 하면 여기 오라고 해야겠다"는 문장을 읽을 때면 고마우면서도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오실 분이 친구와 같은 기간, 같은 경험을 기대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친구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준비하신다면, 친구분께 "얼마나 걸렸어?"보다 이런 걸 물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자주 다녔는지, 장치를 붙이고 첫 일주일이 어땠는지, 관리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끝나고 유지장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기간과 계획은 내 치아를 검사해야 알 수 있지만, 이런 생활의 이야기는 친구의 경험이 그대로 참고가 됩니다. 상담 당일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지는 교정 상담 갈 때 준비물과 질문 5가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첫 상담에서 범위를 아무리 꼼꼼히 말씀드려도 그 범위를 벗어나는 분은 생깁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결과나 날짜가 아닙니다. 친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앞에 앉은 분의 치아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다는 것, 그것 하나입니다. 친구 소개로 오셨더라도, 상담실에서는 처음 만나는 한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 이 글은 치료를 마치신 환자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남겨 주신 손편지에 담긴 공통된 마음을, 성함을 가린 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특정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글이 아니며, 다른 분의 경험이 나의 치료 기간·방법·결과와 같지 않습니다. 치료 기간과 내원 간격, 발치 여부와 치료 계획은 개인의 치아 및 잇몸 상태, 성장 단계, 장치 종류, 협조도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대면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